민간 항공기의 양대 산맥인 보잉(Boeing)과 에어버스(Airbus)
승객 입장에서 항공기는 다 비슷하다고 생각할 수 있겠지만 두 항공기 제작사의 항공기들은 근본적으로 차이가 있다.
"보잉은 비행기에 컴퓨터를 달았고, 에어버스는 컴퓨터에 날개를 달았다"
(Boeing added computers to airplaines, Airbus added wings to computers)
개인적으로 읽어본 글 중 가장 재미있으면서도 두 제작사의 항공기의 차이를 가장 명확하게 나타내는 글이라고 생각된다.
이 외에도 두 회사를 비교하는 여러 가지 문구가 있다.
"보잉은 조종사를 위해 비행기를 만들고, 에어버스는 컴퓨터를 위해 비행기를 만든다"
(Boeing builds planes for pilots, Airbus builds planes for computers)
"보잉: 조종사가 통제한다. 에어버스: 컴퓨터가 통제한다"
(Boeing: The pilot is in control. Airbus: The computer is in control)
조종사의 비행 권한 범위에 대해 두 회사는 철학적으로 다른 모습을 보인다.
어디서부터 이런 다른 모습이 시작되었을까?
완벽주의자 윌리엄 보잉(William Boeing)
'보잉의 창업자' 윌리엄 보잉은 완벽주의자였다. 초창기 비행기를 원목으로 만들던 시절 아무리 귀한 목재라도 자신의 품질 기준에 부합하지 않으면 가차없이 폐기했다. 비행기 조종사이기도 했던 그는 완벽주의자로서 조종사의 능력을 최대한 신뢰했다. 그는 항공기가 조종사의 의도를 정확하게 반영해야 한다고 믿었다.
"조종사가 항공기 운항의 최종 권한을 가진다."
(The pilot is the final authority for the operation of the aeroplane)
보잉의 비행기 디자인 철학은 윌리엄 보잉으로부터 시작되었다.
인간의 한계를 인정한 에어버스의 로제 베테유(Roger Béteille)
'에어버스의 아버지'라고 불릴 만큼 에어버스의 성공에 지대한 공언을 한 로제 베테유는 인간은 실수하는 존재라고 생각했다. 그는 프로젝트를 진행하거나 일을 할 때 다양한 사람들과 협력하는 것을 중요하게 생각했고 개방적인 소통을 중시한 그는 유럽 여러 국가의 항공기 제작사 컨소시엄인 에어버스를 성공적으로 이끄는데 인간에 대한 한계를 인정한 그의 철학이 자리잡고 있었다. 보잉과 마찬가지로 항공기 엔지니어 출신인 컴퓨터가 조종사의 조작을 감시하고 안전한계를 초과한 조작이 있을 때 컴퓨터가 개입하도록 설계했다.
플라이 바이 와이어 시스템의 차이
플라이 바이 와이 시스템은 조종사가 조종 장치를 움직이면 전기 신호를 통해 컴퓨터가 이를 받아들여 비행기의 조정면(Control Surface)를 조작하는 시스템이다. 보잉은 737, 747, 767까지 기계식 케이블로 조정면을 조작하는 방식을 사용했으며 후발 주자인 에어버스는 플라이 바이 와이어를 적극적으로 도입했다. 이후 보잉도 777부터 플라이 바이 와이어를 도입하긴 했지만 에어버스와는 차이가 있다.
에어버스는 완전한 플라이 바이 와이어 통제를 기반으로 하여 적극적으로 비행기의 조작에 개입한다. 그래서 조종사가 일정 범위를 벗어나는 조작을 하려고 해도 컴퓨터가 이것을 막아준다. 예를 들면 조종사가 급격하게 pitch-up을 입력하여 실속 위험이 있다면 컴퓨터가 입력을 무시하거나 완화한다.
반면 보잉은 플라이 바이 와이어를 사용하더라도 조종사의 입력을 더 우선시 한다. 보호 기능이 존재하지만 강제적이지 않고 조종사가 무력화 시킬 수 있다.
요크 vs 사이드 스틱
보잉은 전통적인 형태인 요크(Yoke)를 사용한다. 요크는 중앙에 위치해 있고 양손으로 조작한다. 요크는 조종면(Control Surface)와 물리적으로 연결되어 있어서 조종사 간에 조작이 공유된다. 예를 들면 한쪽 조종사가 요크를 밀면 다른 쪽의 요크도 같이 움직인다.
에어버스는 조종석 측면에 사이드 스틱(Side stick)을 설치했다. 그래서 에어버스가 자랑하는 조종석 밥상을 조종석 중앙에 펼 수 있는 공간이 있다. 사이드 스틱은 전기적 입력만 전달하며 물리적으로 연결되어 있지 않다. 즉, 한 조종사가 입력해도 다른 조종사의 스틱음 움직이지 않다. 상호 조작 감지가 어렵다는 단점이 있다.
피드백(Feedback)과 트림(Trim) 처리 방식
보잉의 요크는 대부분 기계식 또는 유압 연결 기반이다. 따라서 조종면의 저항과 움직임이 물리적으로 요크를 통해 조종사의 손까지 전달된다. 기류가 강하거나 기수가 들어 올려져 있는 상황이면, 조종사가 그 힘을 실제로 느낄 수 있다. 플라이 바이 와이어가 설치되어 있는 777, 787는 인위적으로 피드백을 재현하도록 구현해놔서 조종사가 마치 케이블로 직접 조종하는 것처럼 자연스러운 감각을 유지하도록 설계되어 있다.
반면 에어버스의 사이드드 스틱은 조종사가 입력을 컴퓨터에게 알려주는 장치일 뿐 어떤 저항이나 피드백도 없다. 따라서 조종사는 비행기의 공기역학적 상태를 손으로 느낄 수 없다.
트림 처리 방식 역시 보잉과 에어버스가 다르다. 보잉은 조종사가 조종간에 하중을 느끼면 트림 휠 또는 스위치로 직접 조종해야 한다. 반면 에어버스는 플라이 바이 와이어 시스템이 자동으로 트림을 조정한다. 조종사는 트림에 대해 거의 신경 쓸 필요가 없다.
비행기의 최종 통제권
보잉은 조종사가 언제든지 기체를 완전히 통제할 수 있어야 한다는 철학을 지향한다. 플라이 바이 와이어가 적용된 777, 787조차도 컴퓨터가 조종사의 입력을 막지 않는다. 속도 초과나 실속 위험이 있어도 조종사가 원한다면 기체를 강제로 움직일 수 있다. 보잉은 조종사의 판단과 책임을 중시한다고 볼 수 있다. ANA의 B737 배면비행 사건이 조종사의 무리한 입력도 그대로 적용하는 보잉 항공기의 특성을 잘 알려주는 예이다.
에어버스는 조종사의 실수를 방지하기 위해 컴퓨터가 일정 비행 한계를 넘지 않도록 제한한다. 조종사가 아무리 사이드 스틱을 급격하게 조작해도 컴퓨터가 허용되는 범위까지만 조작을 전달한다. 조종사는 비행기를 통제하는게 아니라 지시하는 역할에 가깝다. 컴퓨터 시스템이 최종 통제권을 가지고 있다고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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